도시의 가장 조용한 골목 끝에는 아주 특별한 상점이 있었어요. 밤 12시가 되어야만 문을 열었지요. 간판도 없는 이 신기한 가게의 이름은 바로 ‘지우개 상점’이었답니다. 이곳에서는 특별한 지우개를 팔았어요. 바로, 지우고 싶은 기억의 크기만큼 값이 달라지는 지우개였지요. 지우개 가게 주인장님은 매일 밤, 힘들어 보이는 어른들에게 핀셋과 투명한 유리병을 건네주셨답니다. 어느 비 오는 밤, 서른다섯 살 민우 아저씨가 상점 문을 열었어요. 민우 아저씨는 어깨가 무거웠어요. 직장에서 실수했던 일, 아프게 했던 말들이 밤마다 민우 아저씨를 괴롭혔거든요. 민우 아저씨는 주인장님께 말했어요. "모든 아픈 기억을 다 지워주세요.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주인장님은 말없이 하얀 지우개 하나를 건네주셨어요. "이 지우개는 아픈 기억을 지워주지만, 그 기억과 함께했던 소중한 너의 일부도 사라질 수 있단다. 그래도 괜찮겠니?" 민우 아저씨는 지우개를 받아 들고 마음속 가장 아픈 기억들을 벅벅 문질렀어요.…